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신례원 / 강신애

폴래폴래 2013. 4. 4. 18:30

 

 

 

                                사진:네이버포토

 

 

 

             신례원

 

                                                       - 강신애

 

 

 열차에서 내린

 물빛 원피스는 낯설었지

 너는 익숙한 수조

 익숙한 음향에서 나오지 않았지

 처음 와본 시골 역,

 하얀 길을 무작정 걸어

 지루한 호스가 뱀처럼 기는 허름한 카페

 커피를 두 잔째 주문하고

 나는 먼 지평선의 중독

 소멸에 대한 중독을 생각했지

 너는 엉킨 테잎을 쭉쭉 펴고 있었지

 물 앵두 그림자 어른거리는 너의 편린,

 사과 잎이 마르고

 이끼 낀 화분에 앙금처럼 가라앉는 고요

 막다른 벽에서 회유하는 물고기들이

 치렁한 초록 나뭇잎 사이를 헤엄쳐

 커다란 저수지로 스며드는 것을 보았지

 작은 역, 다시는 지나갈 수 없는

 

 

 

 『시와문화』2012년 겨울호

 

 

 

 - 1961년 경기 강화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서랍이 있는 두 겹의 방><불타는 기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