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폭포 / 김추인
폴래폴래
2013. 1. 16. 11:19
폭포
- 김추인
물의 변주를 엿본 적 있네
제 형상을 풀어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물의 변환을
물길 이야기를 따라간 적 있네
어느 가난한 처마 밑 이야기며 들창 아래서 엿들은 사랑의
구음까지 풍문처럼 실어 보내고 싶어
앞개울은 저리 도란도란 거리나본데 수런수런 합치나본데
몸을 바꾸는 물의 변주를 아네
개울이다가 개천이다가 봇도랑 너머서부터
제 깊이를 지우고
무논이든 묵정밭이든 목숨 길을 튀우다
그만 남의 목숨이 되기도 한다는 걸
세상의 변방을 오래 쓰다듬어 본 자의 결단일까
에둘러 온 거리도 덧쌓은 시간도 일시 멈춘
강물의 벼랑 끝 일초
극한의 긴장을 툭- 끊고 뛰어내리는 저 눈부신 낙하를 봐
물이 물을 받으며
몸이 몸을 받으며
허공중에 비명碑銘처럼 써 내리는 수직의 문장 한쪽
말을 버린 사람의 눈이 그 푸른 벽을 읽고 있네
행의 마지막을 치장하며 튀어오르는 물비늘들 은어의 몸짓으로 읽히네만
무지개 뜨는 생의 한때는 누구에게도 잠깐이어서
이윽고 바다에 이르거나
뉘 발가락을 적시거나
시집『행성의 아이들』서정시학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