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 김추인
화석
- 김추인
바다를 보았다
관리인이 말간 수면을 한 번 더 닦아 낸 후 였다
물결 속갈피를 들추어 제 둥글게 말린 몸 스윽 밀어 넣었다가
쑴벙, 다시 뒤로 나앉는 앵무가 보였다
앵무 아래 삼엽층도 유유히 잔발을 하느작대며 행성의 원시 해양에 대하여
해설을 덧붙이느라 토를 달지만
그의 수다는 들을 만했다
잘 굳은 바다를 보았다
깻묵처럼 눌리고 접힌 누억 년 유적지가 고스란히 보존된
소금기 밴 몇 토막의 바다,
고요의 형식으로 장전된 디엔에이들이다 박제된 씨앗들이다
먼 후일 분명 깨어날 것들이 지금은 몽유의 몸짓으로 의문투성인
유아들의 종알거림 사이를 헤엄치고 있다 경쾌하다
아이들은 의미를 몰라도 수면에 바싹 눈을 대고
앵. 무. 조. 개.*
또박또박 명패를 읽어낸다 바다가 더 도드라져 나온다
뭐가 있어요?
돌 속에 예쁜 조개가 샤방샤방 들어 있어요
어때요? 죽여 줘요
한 떼의 어린 미래들이 빠져나간 해양관은 적막하고
소임을 끝낸 바다는 이제 지느러미를 거두어들인 채 한나절 더 굳으며
제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돌, 조개, 비린내, 물새 소리, 혹등고래의 노래, 아 ─ 해조음 소리
바다는 철썩이고 철썩이는 기억이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의 두족류.
시집『프렌치키스의 암호』시학 2010년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의보><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전갈의 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