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흰 꽃의 극락 / 조용미
폴래폴래
2012. 7. 13. 11:18
흰 꽃의 극락
- 조용미
泰山木에 꽃이 필 때,
그 향기는 죽은 아이의 혼백
病을 불러들이는 향기
꽃잎 한 조각 한 조각이 모두 향기의 덩어리인
태산목 커다란 흰 꽃이
극락처럼
피어날 때
그 그늘에서 한숨 잠을 자고 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저 두근거리는 흰빛의 커다란 꽃등이
病을 불러들인다
꽃봉오리가 붓 끝을 닮은 木筆
북쪽으로 고개를 두는
北向花
나의 침대는 자주 북향이어서
칠성판이 아니어도
북쪽으로 반듯이 마음을 누인다
열매가 붉게 익을 때쯤, 두근거림이 잦아들 무렵
病도 당신도 함께 데리고 나가
야윈 풍경들을 살펴줄까
시집『기억의 행성』문지 2011년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김달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