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국수 / 이근화

폴래폴래 2012. 7. 2. 12:48

 

 

 

 

 

 

 

 

 

 국수

 

                                - 이근화

 

 

 

 마지막 식사로는 국수가 좋다

 영혼이라는 말을 반찬 삼을 수 있어 좋다

 

 퉁퉁 부은 눈두덩 부르튼 입술

 마른 손바닥으로 훔치며

 젓가락을 고쳐 잡으며

 국수 가락을 건져 올린다

 

 국수는 뜨겁고 시원하다

 바닥에 조금 흘리면

 지나가던 개가 먹고

 발 없는 비둘기가 먹고

 

 국수가 좋다

 빙빙 돌려가며 먹는다

 마른 길 축축한 길 부드러운 길

 국수를 고백한다

 

 길 위에 자동차 꿈쩍도 하지 않고

 길 위에 몇몇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오렌지색 휘장이 커튼처럼 출렁인다

 빗물을 튕기며 논다

 알 수 없는 때 소나기

 

 풀기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소주를 곁들일까

 뜨거운 것을 뜨거운 대로

 찬 것을 찬 대로

 

 

 

 시집『차가운 잠』문지 2012년

 

 

 

 

 -1976년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고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

  윤동주문학상(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시와세계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