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선운사에서 / 최영미

폴래폴래 2012. 3. 5. 13:03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창비 1994년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서양사학과,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1992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꿈의 페달을 밟고><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등. 산문집, 미술에세이, 장편소설, 번역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