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의 탄생 / 윤의섭

폴래폴래 2012. 3. 3. 12:31

 

 

 

 

 

 꽃의 탄생

 

                              - 윤의섭

 

 

 

 불면이란 밤새 벽을 쌓는 일이다

 감금, 꺼지지 않는 가로등처럼 뜬 눈으로 견디는

 밤과 새벽 사이의 생매장

 길 잃은 바람이 어제의 그 바람이 같은 자리를 배회하고

 고양이 울음은 있는 힘을 다해 어둠을 찢는다

 이 터널은 출구가 없다

 

 어떤 기다림은 질병이다

 간절한 소식은 끝내 오지 않거나 이미 왔다 가버리는 것

 

 그러니 너는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머리를 남쪽으로 두고서야 겨우 잠이 든다

 어떤 묘혈은 땅 속을 흘러 다닌다는데

 머리맡에 꽃향기가 묻어 있다

 첫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애지』2012년 봄호

 

 

 

 

 - 1994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말괄량이 삐삐의 죽음><천국의 난민><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마계>

   애지문학상 수상, 대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