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폴래폴래 2012. 1. 3. 20:47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노루귀가 피는 곳

 

                                   - 최인숙

 

 

 그래 그래 여기야 여기

 신기해하고 신통해하는 것은 뜸이다

 안으로 스미는 연기의 수백 개 얼굴이

 아픈 곳을 알아서 나긋나긋 더듬는다

 그러고 보면 뜸은 어머니의 손을 숨기고 있다

 

 뜸과 이웃인 침을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침의 얼굴과 대적한 적 많아

 보는 순간 심장부터 놀라 돌아서곤 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뜸이 다 사그라지기를 기다리다 보면

 어머니도 부엌에서 또 뜸을 뜨고 계셨다

 아침저녁 굴뚝으로 하늘 한켠을

 

 할머니 무덤 여기저기에

 노루귀가 피었다

 겨울과 봄 사이

 가려워 진물 흐르는 대지에

 아니 너와 나의 그곳에

 누가 아련히 뜸을 뜨고 계시다

 

 

 

 - 1966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 사회사업학과 졸업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