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광대 / 문효치

폴래폴래 2011. 12. 4. 01:35

 

 

  사진:네이버포토

 

 

 

 

 광대

 

                     - 문효치

 

 

 

 달빛 중에서도

 산이나 들에 내리지 않고

 빨랫줄에 내린 것은 광대다

 

 줄이 능청거릴 때마다 몸을 휘청거리며

 달에서 가지고 온 미친 기운으로 번쩍이며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달빛이라도

 어떤 것은 오동잎에 내려 멋을 부리고

 어떤 것은 기와지붕에 내려 편안하다

 또 어떤 것은 바다에 내려 이내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내가 달빛이라면

 나는 어디에 내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사는 일에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았고

 식구들을 가슴 조이게 한 걸로 보면

 나는 줄을 타는 광대임에 틀림없다

 

 

 

 

 시집『七支刀』지혜사랑 2011년

 

 

 

 

  -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동국대, 고대 교육대학원 졸업.

    1966년 한국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무령왕의 나무새><남내리 엽서><계백의 칼><왕인의 수염>등

    동국문학상, 펜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옥관문화훈장 등 수상

    계간 <미네르바>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