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래폴래 2011. 11. 22. 17:51

 

 

 

 빈잔

 

 

  다양한 표정들이 다양한 연령층으로 방청석을 채우고 있다 감동, 회한, 느낌을

담은 저 얼굴을 찾아 “어차피 인생은 빈 술잔 들고 취하는 것, 그대여 나머지 설

움은 나의 빈잔을 채워주”* 무아지경이란 말이 좋아졌다 목울대의 비브라토와

장식음이 기가막히게 넘어 간다 제 정신을 내려놓고서야 저 빈 잔에 닿았다

 

  속울음에 젖는다 먹지않고 울어대는 매미처럼 땀을 흘리는 가수는 없다 결과

는 순위의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한 사람은 탈락되어 조명속으로

사라진다 긴장은 관객의 몫이고 혼을 태우는 울림만 있다 나는 낡은 빈 잔에 기

다림에 익숙 한 것처럼 마음을 비웠다

 

  둥둥, 울림에 글라스가 깨졌을까 화면은 하나, 둘 두 손을 모으고 오백 명의 얼

굴이 하나되어 한 곳으로 응시한다 어차피 허전한 군상들이 모여 돌이킬 수 없는

그들만의 저금통을 열며 아리송한 눈물로 매료된 얼굴들, 그 속에서 손뼉을 친다

나는 노래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새벽까지 빈 잔에 마음을 따른다

 

 

 * 남진 노래에서 인용

 

 

 

 

   웹진『발견』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