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폭포 / 김추인
폴래폴래
2011. 10. 7. 13:13
폭포
- 김추인
물의 변주를 엿본 적 있네
제 형상을 풀어도 그 빛을 잃지 않는
물의 변환을
물길 이야기를 따라간 적 있네
어느 가난한 처마 밑 이야기며 들창 아래서 엿들은 사랑의 구음까지 풍문처럼 실어 보내고 싶어
앞개울은 저리 도란도란거리나 본데 수런수런 합치나 본데
몸을 바꾸는 물의 변주를 아네
개울이다가 개천이다가 봇도랑 너머서부터
제 깊이를 지우고
무논이든 묵정밭이든 목숨 길을 틔우다
그만 남의 목숨이 되기도 한다는 걸
세상의 변방을 오래 쓰다듬어본 자의 결단일까
애둘러 온 거리도 덧쌓은 시간도 일시 멈춘
강물의 벼랑 끝 일 초
극한의 긴장을 툭- 끊고 뛰어내리는 저기 저 눈부신 낙화를 봐
물이 물을 받으며
몸이 몸을 받으며
허공중에 비명처럼 써 내리는 수직의 문장 한쪽
말을 버린 사람의 눈이 그 푸른 벽을 읽고 있네
행의 마지막을 치장하며 튀어오르는 포말들 물비늘들 은어의 몸짓으로 읽히네만
무지개 뜨는 생의 한때는 누구에게도 잠간이어서
이윽고 바다에 이르거나
뉘 발가락을 적시거나
『현대문학』2011년 10월호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의보><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전갈의 땅><프렌치키스의 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