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지독한 연애 / 김추인

폴래폴래 2011. 10. 3. 13:24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지독한 연애

 

                           - 김추인

 

 

 새장 속에 그가 있다 노획물이다

 

 구천을 날고 있는 봉황인 줄 알았다

 부리 끝도 나래 끝도 곁 주지 않던 놈

 뒤꿈치 들고 치올려 봐도

 턱이 닿지 않던 높은 담장 너머

 깃 치는 소리 풍문만 같았는데

 

 웬일로 조롱 속에 그가 있다

 물통 속을 흐르는 구름 한 장

 바람 두어 잎 걸린 새장에 위리안치 된

 상형의 문장

 그의 알몸이 쭈그리고 앉아 있다

 

 거시기도 덜렁 내놓고

 난장의 세상을 내다보는지

 바람의 방언을 뱉고 있는지

 혼자 울 때처럼 편안해져

 문 열렸는데도

 나올 생각 않고 쭈그려 앉아 있다

 

 조롱 밖에는 내가 있고

 밥도 없는 밥도 모르는 밥만 축내는 우리는

 참 닮았다 싶은데

 

 지난한 전투야 계속되겠지만

 이제 그는 내 밥이다

 그를 푹푹 떠먹을 수 있을까 맘만찮은 놈,

 날아올라라 훨 훨

 구름의 문장이여 내 다시 포박해 오도록

 

 

 

 

  시집『프렌치키스의 암호』시학 2010년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의보><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전갈의 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