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白夜 / 송찬호

폴래폴래 2011. 7. 26. 16:01

 

 

      사진:네이버포토

 

 

 

 

  白夜

 

                       - 송찬호

 

 

 

 그 등불은 춥고

 멀리서 온 듯, 붉었다

 사냥꾼에 쫓기다

 길을 잃은 듯

 피에 젖은 채,

 그의 몸은 유리창처럼 발갛게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내 흐릿한 기억 속의 등불은

 탁자 위에 놓여져 있다

 나는 심지를 조금 돋운다

 보라, 난 그처럼 아름다운

 뿔을 본 적이 없다

 저 타오르는 털빛, 언젠가 추운

 거리를 지나다 진열장 너머

 그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털옷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유리창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긴 白夜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 내몸은 소금보다 어두웠었고

 그 댄서를 구경하기 위하여 우리는

 빛으로부터 검은 탄더미처럼

 쏟아져 나오곤 하였다

 

 그 댄서는 죽었다 누군가

 창을 치켜들고

 그 등불을 향하여 미친듯이 덤볐으리라

 그가 남긴 것이라곤 지저분한

 화장품통과 차디찬 풀로어와

 삶과 어긋나기 일쑤였던 두터운 털실뿐

 점점 사라져가는, 저 차가운

 산꼭대기에 놓여 있는 아득한 등불, 빛

 누군가 황량한 30대를 그렇게 건너갔으리라

 

 

 

 

  시집『10년 동안의 빈 의자』문지 1994년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등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