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안개에 들다 / 이강하
폴래폴래
2011. 7. 20. 15:47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안개에 들다
- 이강하
삶의 저편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잠복근무에 들어갔다
수백 개 푸른 눈을 반짝거리며 채찍을 휘두르는 마차의 방울소리는 속도와 어둠을 사수하는 밀림의 폭포
흰 장막을 치며 깊어가는 밤을 기습공격한다
안개의 구릉들이
새부리를 꽂은 기수지역이 죽음보다 깊은 늪에서 몸서리친다
뜨거웠다 다시 차가워지는 흐름의 구석
분명한 것과 분명하지 않는 예감은
과거의 무게로 자라 미래의 높이로 추락하는 잎이 말해주는 것
별들이 어둠을 짙게 빨아들여 점의 밀도로 태우듯
이별하는 잎들이 가장 고운 소리에 지쳐 적요가 되듯
구석인 순간,
쫓는 자의 사전거리 안에 갇히고 마는
내가 도착한 곳은 어디인가
제 숨이 닳아지는 줄도 모르고 벼랑 밖 허공까지 삼킨
적요의 통로는 깊고 서늘했다
양쪽 세상을 동시에 만끽하며 여전히
정지를 모르고 길들이 사라지는 비밀의 늪
나를 끌고 어디까지 가려는가
『시와세계』2011년 여름호
- 경남 하동 출생. 2010년<시와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화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