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잠자리와 날개 / 오규원

폴래폴래 2011. 7. 16. 11:28

 

 

 

 

 

 잠자리와 날개

 

                              - 오규원

 

 

 

 잠자리는 나뭇가지 끝에

 나는 나무 의자 끝에 있다

 

 나뭇가지의 끝에는 뾰족한 하늘이고

 의자의 끝에는 절벽의 하늘이다

 

 잠자리와 나는 뾰족한 하늘과

 절벽의 하늘에 붙어 있다

 

 잠자리는 두 쌍의 날개를 수평으로 펴고

 나는 두 쌍의 팔다리를 수직으로 펴고

 

 잠자리도 나도 햇볕에

 날개가 바싹바싹 잘 마르고 있다

 

 

 

 

 시집『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1999년 문지

 

 

 

  시인의 말

 

  마음을 비우지 않고

  마음을 곁에 두고

 

  언어를 비운다

  언어를 곁에 두고

 

 

                  1999년 6월

                     오 규 원

 

 

 

  -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 동아대 법대 졸업.

     1968년『현대문학』등단.

     시집<분명한 사건><순례><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등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 역임. 2007년 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