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오디션 2 / 박강
폴래폴래
2011. 7. 11. 12:59
사진: 네이버포토갤러리
오디션 2
- 박강
다섯 번째 이름이 곧 발표될 것이다
다섯 개의 술병이 아마도 비게 될 것이다
당신은 십 초간 숨을 멈추고 있네
당신은 죽은 듯 조용히 살아온 다락방
꿈으로 빵빵해진 과자 봉지
벌레들이 흩어진 당신 노래를 주워 먹곤 했지
부스러기는 손으로 하나씩 찍어 모아야 맛있나봐
누군가 당신의 음들을 귀에 모아
꾹 눌러주길 바랄게
펑 하고 당신을 터트려 주길 바랄게
나는 과자를 아삭아삭 씹으며
아쉽게 붙은 네 번째 합격자를 씹어대고
아쉽게 떨어진 내 아르바이트 면접을 곱씹어대고
다섯 번째 이름은 어쩌면 별 다섯 개
제발 장군의 아들은 아니길 바랄게
낙하산 타고 오는 파이널만은 없길 바랄게
낙하산의 활강 속도처럼
횡격막을 아래로 밀면서 당신의 숨고르기는 시작된다
천천히 노를 밀며 나아가듯
당신 노래의 첫 소절은
공기 중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것도 같은데
심사위원의 손가락이
버튼 위에 닿아 살짝 떨린 것도 같은데
지저귀는 새들은 이내 자리를 비우고 날아가지
다섯 번째 당선자가 이내 발표되겠지
다 먹은 내 과자 봉지처럼
당신도 잠시 마음을 비웠으면 좋겠어
다섯 개의 술병을 비우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
『현대시학』2011년 5월호
- 1973년 인천 출생. 고대 국문과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7년<문학사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