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 김윤이
인상
- 김윤이
정원은 뚜렷한 그날 낮의 자세다
목청 막힐 듯 더위다 저변에 자리한 죽음으로 살아 있는 공중정원
개의치 않고 푸드득이며 죽은 새 깃털에 활개 불어넣는 바람, 하늘 그륵 떠와 개밥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 되감기는, 정원이란 글자는 다소라도 공간 활용 위해 낸 수납장이 된 듯 나뭇잎마다에 쏟아지는 빛을 담고 반짝거린다
1974년 중판 전8권 26,000원 컬러판『새生活大百科事典』팔러온 외판사원이 쉴 새 없이 목울대 세웠다
기껏해야 어깨 덮을 뿐인 날깃날깃한 샤쓰 깃은 풀 먹이고 세심히 감쳐 날개 자체인 듯 빳빳했다
住宅/ 庭園/ 家具/ 園藝로 일렬 늘어놓은 표정
식솔의 가장일 법한 차림과 시계 대신 팔뚝에 찬 흉터
입에서 흘러나오지만 육성 같지 않은 기골장대 집과 딸려 사는 병충해의 함수관계는?
헤아리기도 전 얼굴이 잊혀졌다
성토한 양지바른 지층으로부터 감쪽같이 풀씨 빼앗는 일조시간이여, 보폭은 짧았다
그가 크게 뽑은 전면창의 눈으로 뜬구름 둘러본 후 물 한 컵 들이킨 시간통로로 사라졌듯, 단박
정원. 이름 붙이자마자 눈뜨기 망설인 떡잎이 탁 트인 공기에 펼쳐 떠가고, 깎아지른
암은, 아찔한, 뭔가 부닥쳤다
조경 사이 바통 넘기며 터치! 머릿속 크게, 더 크게, 회오리 틀며 공간 넓게 뺀 부지 통과해 정신 통쾌히 뚫고 치솟는 기억
정적 맞닥뜨린 얼굴은 소스라치고도 보았다
밑 모를 두려움 기거하다 측정치 못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갈 수 있는 공중
덜렁 남아 ‘잘 가요’, 흙발 꽝꽝 묻어버리고 싶던
독생獨生하는 눈이 하늘 등진 채 쏘아보고 있다
부릅뜬 새 눈알과 놀랍도록 열린 인간의 눈을 전면으로 차지한 공중정원
『시인수첩』2011년 봄호(창간호)
1976년 서울 출생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