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반짝, 빛나는 너의 젖빛 / 김선우

폴래폴래 2011. 6. 29. 12:13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반짝, 빛나는 너의 젖빛

 

                                         - 김선우

 

 

 

 그러니까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이 별안간

 젖꼭지처럼 보인 날이다

 하늘을 쳐다보다 입안에 단침이 고인 날이다

 거기에 입술을 대고 싶어

 배꼽 밑이 찌르르해진 날이다

 

 그러니까 오리온이라는 힘센 사나이의 중심

 움푹 팬 상처처럼 고인 허공에서

 유선이 곱게 발달한 젖가슴을 느낀 날이다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내 시선으로

 살맛 달큰한 비린내가 초유처럼 흘러든 날이다

 

 은하는 깊은 곳으로 찔린 듯 쏟아지고

 지구인 내 취향은 점점 오리무중이 되어가는 것이다

 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너의 별자리들마다

 모조리 양성구유인 소한小寒 날이다

 

 

 

 

 『유심』2010년 5~6월호

 

 

 

 

 

  - 1970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6년<창작과비평> 등단.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