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발포 해변 / 황학주
폴래폴래
2011. 5. 10. 05:38
사진:발포해변
발포 해변
- 황학주
썰물 질 때, 사랑하는 여인처럼
쭝얼대지 않은 적이 없는 발포
세상이 돌밭처럼 어지러운 날 갈 곳 없는 사내가
온다
해안선으로는 감금되지 않는다
헤프게 물러난 발포 해변은 넓게 두르고 맘껏 걸친다
오, 전에 이런 해변이 내겐 없었다
솨와 썰물 질 때
들어왔다 나가는 걸음엔 다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물 빠지는 것을 보아라
해 떨어지는 길 일대에서 조금밖에 들어가지 못한 일이 있어
마음 단애 밑이 붉다, 당신은 서운했으리라
밥을 먹듯 나를 받았을 당신을 위해
침대 정리를 마친 이런 해변이 내겐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돌아 나온 것조차 모르겠다
그새 여러 번 백일홍이 당신을 향했으되
사랑이라는 말
가장 멀리 밀려간 데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그 파도는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 적은 없는
발포, 등이 멀리 휜 가운데만큼은
아직 아프다
시집『노랑꼬리 연』서정시학 2010년
- 전남 광주 출생.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루시><저녁의 연인들> 등 시선집<상처학교> 등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 작품상 수상.
아프리카민간구호단체 피스프렌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