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의 강가 / 유종인

폴래폴래 2011. 4. 19. 10:49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봄의 강가

 

                          - 유종인

 

 

 

 언젯적 곡두라는 말 새로 들으니

 귀신이란 말 군둥내가 나

 샛강 가 바위 밑에

 숨어 살라 했지, 이즈음

 

 영구치가 치받아 가만히 유치(幼齒)가 흔들리는

 딸애가 둘, 그 두 딸에

 눈독이 지긋한

 아내가

 하나,

 한나절 춘란(春蘭)의 고백 같은 꽃대의 가만한 졸음 곁에

 슬픔의 데릴사위 같은 내가

 서넛,

 

 봄이 거위영장처럼 다니러 오는

 강가에 서면

 혁명이나 팔자거나 숙명이나 간에

 모두

 눈이 흐려오는 앞 강물을 뒷강물이 지긋이 밀어내듯이

 

 맹목(盲目)도 사랑의 쪽매이었지

 그걸 깨우칠 듯 봄이 와선

 귀류(鬼柳)라 불리던 저 수양버들 치렁한 가지에

 슬쩍살짝 뺨을 맞고 선

 뇟보 같은 나도 있다니

 

 그러면, 딴청 피우듯

 딴청을 따돌리고

 다시 흘러오는 물살의 눈매와

 늙으나 고운 사랑의 아득한 눈매도

 뺨에 스치는 버들잎처럼 갈마들어 오겠지

 

 

 

 『우리詩』2011년 4월호

 

 

 

 

 - 1968년 인천출생. 시립인천전문대 문헌정보학과 졸업.

    1996년<문예중앙>시 당선

    2002년<농민신문>신춘문예 시조

    2003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조 당선

    시집<아껴 먹는 슬픔><교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