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우수절에 / 이수영

폴래폴래 2011. 4. 11. 11:25

 

 

 사진:나무와 새

 

 

 

우수절에

 

                          - 이수영

 

 

 

 이른 아침 산길을 간다

 계곡 위론 한 자락

 흰 노방의 띠

 그 천의 자락이 고물거리는 저 끝에

 잠이 덜 깬 나무들

 아기단풍 측백나무 아카시아 너도밤나무

 겨드랑이에 새순이 돋는다

 이 산 여기 저기서

 마지막 겨울잠을 털어내는

 벌레들의 기침소리

 

 오소리가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뜬다

 햇살 퍼지기 직전의

 고요한 산길

 나무들의 넓은 차양에 매달리는

 신생의 공기방울들

 방울방울 긴 머리칼을 적신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리

 슬픔의 안개 걷히는 숲 속.

 

 

 

시집『어머니께 말씀드리죠』황금알 2011년

 

 

 

 

 - 1952년 서울 출생. 숙대 식품영양학과 졸업.

    1993년『문예사조』신인상 등단

    시집<깊은 잠에 빠진 방의 열쇠><시간의 반란>

    <언어로 만든 집 한 채><금빛 해를 마중할 때>

    천상병 시상, 한국기독교문학상, 서울문예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