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木花 / 최서림
폴래폴래
2011. 4. 3. 22:34
木花
- 최서림
너무 멀리 왔구나
말이 곧 밥이 되고 법이 되던 땅으로부터
토해내지 못해
안으로 타들어간 말들이 끄는 대로
두 눈 멀쩡이 뜨고 여기까지 흘러왔다
바람 빠진 공 모양 쭈굴렁쭈굴렁 굴러왔다
길을 찾지 못해
쌓이고 쌓여 헝클어진 말 덩어리가
쭈글쭈글한 몸 여기저기 불쑥불쑥 찌르며 비집고 나오는데
어두운 몸을 찢고 나온 혼돈의 말들
화려한 독버섯이 되고 사금파리가 되고
이 땅의 모든 불씨를 사위어버리게 하는 얼음이 되고
너무 멀리 떠나 왔구나
말이 곧 목화가 되고 따뜻한 구름이 되던 땅으로부터
구름을 타고 하늘을 만지고 놀던 때로부터
『예술가』2011년 봄호
- 본명 최승호,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과 동 대학원 문학박사
1993년『현대시』등단.
시집<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구멍><물금> 등
제1회 클릭학술문화상 수상.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