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황산의 먹 만드는 사람 / 리산

폴래폴래 2011. 3. 21. 09:18

 

 

 

 

 

 황산의 먹 만드는 사람

 

                                           - 리산

 

 

 

 산벚나무 그늘 밑 밤이 있었나

 무엇인가 내게 안겨왔던 것도 같은데

 우리 마냥 희었던 그때

 

 괜찮다 다 괜찮겠지

 나는 내 별자리 아래 서 있을 뿐이니

 바람소리 빗소리가 그리우면

 꺼지지도 살지도 않는 불씨를 뒤적여

 밤을 잊었네

 

 첩첩 어둠이 밀려들 텐데

 핏빛 달빛 웃자란 열매들 떨어지고

 송화골짜기는 구름바다 속으로 사라지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무가 흔들리는 건

 산이 울기 때문이지

 산울음 울음소리 나무 그늘 밑을 맴돌면

 산벚나무 꽃잎에 먹먹히도 물든 내 먹빛들 있음을

 

 

 

 

 『문학청춘』2011년 봄호

 

 

 

 

 

  - 2006년<시인> 신인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