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양들의 사회학 / 김지녀

폴래폴래 2011. 1. 26. 13:08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양들의 사회학

 

                              - 김지녀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울타리를 칩시다

 우리 정원이 다 망가졌어요

 창문처럼 입들이 열렸다 닫혔다

 교회의 십자가 하나 세워도 좋을 법한 초원 위에서

 양들이 풀을 뜯어 먹는다

 눈과 눈 사이가 넓구나

 얼굴 옆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눈이 귀처럼 달려

 양들은 눈이 어둡다

 큰 눈은 잘 들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습니까?

 전 그냥 결정되면 알려 주세요

 그대로 따라 갈게요

 양 한 마리가 갑자기 달려 나간다

 그 뒤를 따라 우르르 쫓아가는 것은 양들의 습성

 벼랑인 줄도 모르고

 와르르 떨어져 죽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상관없다는 표정

 털이 계속 자라니까 신경 쓰여 못 살겠어

 일 년에 한 번씩은 온몸의 털을 깎아야죠

 그것이 문화인의 자세니까

 누가 먼저 할까요?

 초원은 고요하다

 이마는 순하고

 양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현대문학』2010년 7월호

 

 

 

 

 

 - 1978년 경기 양평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수료.

    2007년『세계의 문학』제1회 신인상 등단

    시집<시소의 감정>민음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