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금 / 최서림
폴래폴래
2011. 1. 13. 18:17
사진;네이버포토
물금
- 최서림
바닷물이 숭어 떼처럼 파닥파닥 밀려올라오다 허리쯤에서 기진해 멈춘다 날숨과 들숨으로 강물과 혼몽히 몸을 섞는다 썰물을 내려 보내는 갯벌이 그리움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곳, 그녀와 나 사이 매일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진다 내 그리움도 그곳까지, 그 선까지만 밀물져 가다가 해매다 돌아오고 만다 그녀가 사는 곳이 곧 물금이다 대추나무 잎에 반짝이는 햇살처럼 영혼에 일렁이는 물결무늬처럼 떠있는,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리는 물금, 물금 한복판에서 찾아 헤매이게 되는 물금, 농익은 감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철퍼덕 맨땅에 떨어져 산산이 흩어지는 곳, 초로의 적막이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자신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그곳이 물금이다
시집『물금』세계사 2010년 12월27일 발행.
-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동 대학원 문학박사.
1993년 『현대시』등단.
시집<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구멍> 등
제1회 클릭학술문화상 수상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