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 미용실 / 정채원
폴래폴래
2011. 1. 3. 17:03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꽃 미용실
정 채 원
20년 전 다니던 꽃 미용실
내가 지금 딸만 할 때 다니던 꽃 미용실
나중엔 엄마꽃과 딸꽃이 함께 다니던 꽃
미용실, 생머리로 놔두어도 마냥 꽃이던
꽃시절, 꽃을 괜시리 들들 볶던 꽃 미용실
실컷 졸다 깬 다섯 살 꽃이
숏컷 된 거울 속 자기 머리를 보곤
으앙 울음을 터뜨리던 꽃
미용실, 울음 그치지 않는 꽃을 달래다
나도 함께 울 뻔하던 꽃 미용실
결혼 며칠 앞둔 딸아이
언젠가 제 딸과 함께 괜시리
머리 볶으러 미용실 찾을 때,
그땐 나도 20년 전 져 버린 꽃
미용실처럼 더 이상 아무도 찾지 못할
숨은 꽃이 될까
숨은 꽃 굳이 찾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마냥 꽃일
딸과 딸의 딸
세상 아무도 섣불리 딸 수 없는
꽃과 꽃의 꽃
그래서 세상은 꽃이 지지 않는 나라
시집『슬픈 갈릴레이의 마을』민음사 2008
-1951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졸업.
1996년 문학사상 신인상 등단.
시집<나의 키로 건너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