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분실 / 박현웅
폴래폴래
2010. 12. 28. 13:26
사진:네이버포토
분실
- 박현웅
검은 먹지 한 장이 펼쳐져있는 나무 밑
저 곡선엔 가끔 분실이 잦은 곳이다
찢어진 나무 그늘이 엉켜있고
중력이 고여 있는 지점엔 간혹 늦추위가 모여 있기도 했다
불빛을 열어 간격을 밀고 가는
어둑한 저녁의 시간
오토바이 한 대가 저쪽 숲으로 사라졌고
한동안 헛바퀴가 돌았을 풍경은 며칠 후에나 발견 되었다
한 대의 오토바이와 한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
한 대의 오토바이와 한 사람이 발견되었다
몇 겹의 탄력이 잠복해 있는
휘어진 그곳
속력은 직선에서 생겨나고 구부러진 곳에서 소멸한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한 사람은
막 날아오르기 직전이었을까
속력이 다 빠져나간 두 바퀴와 이제 막 냄새를 갖기
시작한 한 몸이 수습되었을 뿐
분실은 없었다
숲의 모든 소리들이
후렴으로 한동안 흔들릴 것이고
버찌가 후두둑 떨어지는 그 지점엔 잘 익은 그늘이 누워있다
으깨진 것들의 자리는 늘 어둡고 미끄럽다
길이 쉬는 곳은 분실도 쉬는 곳일까
묻힌 곳엔 흔적이 있지만 누군가
사라진 곳, 그 곳은 흔적이 없다
- 1965년 충북 충주 출생.
2011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