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폴래폴래 2010. 12. 19. 11:45

 

 

 사진:네이버포토

 

 

 

 아내는 안해다

 

                                   - 오탁번

 

 

 

 

 토박이말사전에서 어원을 찾아보면

 '아내'는 집안에 있는 해라서

 '안해' 란다

 과연 그럴까?

 화장실에서 큰거하고 나서

 화장지 다 떨어졌을 때

 화장지 달라면서

 소리쳐 부를 수 있는 사람,

 틀니 빼놓은 물컵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생일 선물 사줘도

 눈꼽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그냥 그런 사람.

 있어도 되고

 없으면 더 좋을 그런 사람인데

 집안에 있는 해라고?

 천만의 말씀!

 어쩌다 젊은 시절 떠올라

 이불 속에서 슬쩍 건드리면

 ─ 안 해!

 하품 섞어 내뱉는 내 아내!

 

 

 

 『신생』2010년 여름호

 

 

 

 

 -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고대 영문과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고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역임.

   시집<아침의 예언><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1미터의 사랑><벙어리장갑> 등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협상 수상 등

   2003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에서 원서문학관을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