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사랑의 기쁨* / 강인한

폴래폴래 2010. 11. 14. 12:57

 

 

 

 

 

 

 사랑의 기쁨*

 

                               - 강인한

 

 

 

 

 목이 마르다고 했다

 너는 몹시 두려워하며 물을 움켜쥐었다

 저 언덕 너머 뒤쫓아오는 추격자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 것 같다

 고 너는 말했다

 

 나는 네 손바닥 위에 한 웅큼의 물을 보태었다

 떨리는 너의 손가락 사이로

 물은 금방 새나가는 것이었다

 모래언덕 위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한 모금을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는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번개같이

 내려진 기요틴의 칼날 아래

 눈 뜬 채 웃고 있는 내 머리가 뒹굴었다

 내 눈에 맺힌

 물방울 하나에 너의 모습이 비쳤다.

 

 

 

 *마르티니 작곡의 음악.

 

 

 

  시집『입술』시학 2009

 

 

 

 

  -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