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착한 개 / 김행숙

폴래폴래 2010. 11. 13. 12:22

 

 

 사진:네이버포토

 

 

 

 

  착한 개

 

                               - 김행숙

 

 

 

 착한 개 한 마리처럼

 나는 네 개의 발을 가진다

 

 흰 돌 다음에 언제나 검은 돌을 놓는 사람

 검은 돌 다음에 흰 돌을 놓는 사람

 그들의 고독한 손가락

 

 나는 네 개의 발을 모두 들고 싶다,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그들이 눈빛 없이 서로에게 목례하고

 서서히 일어선다

 

 마침내 한 사람과 그리고 한 사람

 

 

 

 

 

  시집『이별의 능력문지 2007

 

 

 

  시인의 표지글

 

  저녁 해처럼 뚝 떨어지는 팔이여, 사랑하는 팔이여, 미워하는

  팔이여, 저 휘어지는 채찍이 나의 얼굴을 다른 세계로 돌려놓

  는다.

 

  당신이 흐느낀다. 당신이 감싸 쥔 얼굴. 쪼개진 몇 개의 얼굴을

  나는 흡수한다.

 

  나는 고요한 호수처럼 주름을 펴고, 높아졌다 낮아지는 산과

  산속에 숨어 사는 사람과 여러 가지 숨소리와 한쪽으로 날아가

  는 검은 새들과 실종 43일을 흡수한다.

 

  맹목적인 팔이여, 문득 가벼워지는 우리들의 손목이여, 끝까지

  팔을 뻗어 높은 선반에 닿지만 닿을 수 있는 곳을 지나 팔은 꿈

  속에서도 먼지 속에서도 자란다.

 

 

 

 

  - 1970년 서울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9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사춘기>

     현재 강남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