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감 항아리 / 손택수

폴래폴래 2010. 10. 19. 12:27

 

 

 

 

 

  감 항아리

 

                             - 손택수  

 

 

 

 풋감이 떨어지면 소금물에 담가 익혀 먹곤 했다

 아들 둘 먼저 보낸 뒤 감나무 잎 스적이는 뒤란에 홀로

 앉아 있는 외할머니

 떫디떫은 풋내 단물 들어라 소금물 항아리마다 감을 담가놓고 있다

 그 항아리 속엔 구름도 들고 산도 들어온다

 뒤란에 내린 그늘도 얼마쯤은 짜디짜져서

 간이 배는데

 간수가 밴 낙과로 빈속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배 속 아기를 잃어버린 외손주를 위해

 툭,

 땅을 찧고 뒹구는 감을 줍는 당신

 

 마당귀에 주인을 잃어버린 발자국 하나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짓무른 두 눈 속에서 봄날이 익는다

 

 

 

 

 

  시집『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10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후 부산에서 성장.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호랑이 발자국><목련 전차>

     신동엽창작상, 이수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김달진젊은시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