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강 건너 불빛 / 최정례

폴래폴래 2010. 10. 16. 14:16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강 건너 불꽃

 

                             - 최정례 

 

 

 

 

 한 얼굴이 한 생각에 스며든다

 

 생각의 벌판은

 얼굴이 마구 피어나는 파밭이 된다

 

 공중에서 황색의 낙타 떼가 지나가듯이

 정념 안에 너무도 많은 정념이 피어 오른다

 

 말할 수 있다? 없다? 있다, 없다

 TV를 꺼버리듯 이것들 몰아낼 수 있을까?

 생각의 목구멍에서 늑대들 우글거리는데

 

 책상 앞에서

 네 뺨을 어루만지는 것은 손이 아니라 언어

 네 살갗을 문지르면서 기다리는 이상한 나라의 말이

 대책없이 부풀어 간다

 

 저녁 불빛이 하나 둘 하나 둘 강을 건너온다

 아니다

 불빛은 거기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이쪽의 생각이 강 건너 불빛으로

 태어나고 자라나고

 죽어가는 동안

 

 

 

 

 『현대시학』2010년 10월호

 

 

 

 

 

  - 1955년 경기 화성 출생. 1990년『현대시학』등단

     시집<내 귓속의 장대나무숲><햇빛 속의 호랑이>

     <붉은 밭><레바논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