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간통 / 조정인

폴래폴래 2010. 10. 10. 16:07

 

 

 

 

 

  간통

 

                          - 조정인  

 

 

 

 그들이 당긴 방아쇠에

 장미, 으깨진 이마

 

 황금빛 튤립의 방에서

 그를 오백 번도 넘게 범했는데

 오백 번도 넘게 태어날 수 있었어

 

 귓속,

 수수수 소리내는 숲 금빛 꿀벌 잉잉 날고

 담청색 하늘이 걸리고

 부리 큰 새 높이 날았어

 

 누에고치를 뚫고 스스로 태어나는 방법이란

 그것밖에 없었어

 한때 신과 맺던 언약마저 맞바꾸어 버렸어

 썩은 밧줄 명료하게 끊어지던 밤

 수문이 열리고 따스운 물이 들어와

 꽃잎 같은 연어떼 겨드랑이 아래를 지났어

 

 살아있다는 것은 부단한 날갯짓이야

 

 부탁해

 떠난 새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마

 

 

 

 

 

  시집『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천년의 시작 2004

 

 

 

 

 

  - 서울 출생. 1998년『창작과비평』등단

     제2회 토지문학제 시부문 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