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달콤한 거래 / 이근화
폴래폴래
2010. 10. 2. 01:04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달콤한 거래
- 이근화
개미들이 코끼리의 발톱을 옮긴다
옮기는 중에도 발톱이 자란다
사라진 코끼리를 꺼이꺼이 부른다
목구멍이 간지럽다
발톱을 뽑아야 하는데
켁하고 코끼리를 뱉어야 하는데
시간의 주름을 잘 펴서 햇빛에 걸어 두면
그림자가 나를 업고 다닐 것 같아
나에게도 뽀족하고 긴 발이 생길 것 같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개미들이 외로워 끝까지 들러붙는다
식탁보에는 굵고 탐스런 술이 달리고
입안 가득 물고 있는 꽃잎들
너의 얼굴에 날아갔으면
네가 사라진 자리에 소나기 거짓말처럼 뜨겁고
내가 한 번은 너에게로
다정하고 어린 너에게로
개미들이 코끼리의 발톱을 끝까지 옮긴다
우르르 집이 무너지고
사라진 코끼리가 꺼이꺼이 끝까지 사라진다
코끼리의 차가운 귀를 바람에 말려
오래도록 꼭꼭 씹는다면
거짓말처럼 주문이 풀리고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너의 입술을 끝까지 따라가겠지
『서시』2010년 가을호
- 1976년 서울 출생. 단국대 국문과, 고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4년『현대문학』등단.
시집<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
윤동주젊은작가상 수상.(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