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산사에서 별을 읽다 / 김정임
폴래폴래
2010. 9. 28. 10:11
사진:네이버포토
산사에서 별을 읽다
- 김정임
밤이 두터워지자 星團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물을 뚫고 나온 황금물고기처럼
금빛 아가미를 부르르 떠는 별들 더운 입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부스러기가 원
통전 지붕과 내 발밑으로 떨어졌다 부레를 부풀리며 헤엄치는 별
갓 태어나 젖은 빛을 부스스 털어내는 어린 별 옆에 오래 살아 귀와 눈이 어두워
진 구상 성단의 늙은 별이 웅크리고 있다 성운 사이 천둥 번개보다 더 강한 침묵이
흐르고 펄떡이던 심장이 멈추면 부레를 태워 발원지로 돌아갈 것이다 별의 둥지와
무덤이 나란히 떠 있는 지금은, 은하의 큰 사리 때
폭우처럼 쏟아지는 빛을 온몸으로 맞고 서 있다 한 발짝만 내딛으면 천구의 궤도
를 지나가던 나의 미래가 살며시 문을 열어줄 것 같다 짧은 순간의 두려움을 견딜
수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 텐데, 몸을 바꾸어도 가장 낯익은 이 길을 다시 서성
거리게 될 것이다 갈데 없는 길이 구부러져 나에게 돌아왔다
푸른 지느러미를 흔들며 한 개씩 가슴 안쪽으로 와 박히는 별, 먼 우주의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 꿈들이 어둠 속에서 만져졌다
『현대시학』2010년 9월호
- 2002년 미네르바 등단.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달빛 문장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