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나팔꽃 / 김선우
폴래폴래
2010. 9. 3. 16:08
나팔꽃
- 김선우
十字路
수벌 한마리 그 길에 접어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기다려보자
언젠가 나도
저 문을 통해 나온 적이 있다
분꽃
- 김선우
‘사바’ 라는 말 참 예뻐서
사바세계에 살고 싶었지요
‘사바’ 라는 말 참 예뻐서
그 여자 못을 들어 제 가슴 찔렀지요
흰분홍노랑 못들을 박고
그 여자 여무는 까만 눈동자
제 가슴 가만히 들여다보았지요
못들이 이렇게 많으니
곧 꽃이 피겠구나
못자국 깊어진 오후 네시였지요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창비 2000
- 1970년 강원 강릉 출생. 강원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6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으로 등단.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