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수련을 위하여 / 배한봉

폴래폴래 2010. 8. 26. 10:56

 

 

 

 

 

 수련을 위하여

 

                                - 배한봉  

 

 

 

  주남저수지, 새가 날아오르는 길에는 새벽과 아침 사이의 여운이 있다

 

  수련꽃봉오리들이 옹알이하며 보드랍게 빨아먹는 뿌우연 젖, 자꾸 감추고

싶어 하는 물안개의 부끄러움이 있다, 그 사이에서 차츰 저수지를 더 웅숭깊

게 하는, 촉촉하게 젖은 아침의 마알간 눈

 

  그 눈빛이 너를 불러온다

  아직도 마음 한쪽 끝이 붙잡고 있는, 공복의, 파릇한 허기 같은 그리움

 

  일제히 물안개 지우며 선명하게 펼쳐지는 저수지 풍경 같이

  햇살 속에 놓여져 이제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마음이 투두둑, 터지는 실밥 같은, 수련꽃봉오리를 열려는지 다문 입 자꾸

움찔거린다

 

  새떼를 떠메고 날아올랐던 저수지가 시퍼렇게, 드높은 하늘이 되는 순간이다

 

 

 

 

 

 『시와 세계』2010년 여름호

 

 

 

 

 

  경남 함안 출생.

  1998년<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 등단.

  시집<흑조><우포늪 왁새><악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