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불타는 오디나무의 노래 / 박미산

폴래폴래 2010. 8. 20. 23:01

 

 

   사진:지명공주님

 

 

 

  불타는 오디나무의 노래

        ─ 미래에게

 

                                            - 박미산  

 

 

 

 나는 끝을 압니다

 가지 끝에 앉아 그 사내는 말합니다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고요

 난 그 끝을 다녀왔거든요

 오늘도 같이 있지만 홀로 밤을 지새우게 되네요

 어둡고 잎이 무성한 노래를 불렀어요

 당신은 늘 무시했어요,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들어보세요

 달에 흘린 피에로*같이

 온밤을 강풍에 매달려 절규하며

 원시적인 무조음밖에 낼 수 없는 내 노래를

 매력적인 화음을 내고 싶은데도 말이에요

 메아리를 울려줘요, 당신

 우린 한 몸이면서도

 늘 불협화음을 내지요, 8월의 짝사랑

 마르면서 타들어가 뿌리까지 뽑힙니다

 끝을 보아버린 검자줏빛 미소가

 가지 사이에 박힙니다

 활활 타는 심장만이 있고,

 만질 수도,

 키스도 할 수 없는 불꽃.

 

 

 

 *쇤베르크의 연가곡.

 

 

 

 

  시집『루낭의 지도』서정시학 2008

 

 

 

 

 

  - 인천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학 박사

     2006년『유심』신인상,

     2008년『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