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꿈속에 꿈속에 / 김혜순
꿈속에 꿈속에 꿈속에
- 김혜순
지금 마악 목욕탕에서 나온 엄마
우리 엄마의 피부처럼 땀 송송 맺힌 수면
그 위에 내 푹신한 베개를 걸쳐놓고 드러누우면
아직도 태어나기 전의 나
그 붉은 아기 손가락 빠는 소리
달님이 고요히 떠올라 내 이불을 들치면
잠든 엄마의 숨소리에 맞춰 진동하는 내 창틀
가늘게 떠는 커튼 자락
네 살 속의 뼈마저 만져보고 싶어
달님이 내 눈동자 수심 깊이 들어와
핏줄마다 흐르는 물고기떼 어루만지네
여기는 분명히 엄마의 잠 속인가 봐
출렁거리며 주름지는 파도
바다에서 바다를 낳으려고 몸 풀고 있는 파도
내 몸을 밀물처럼 낳았다가 썰물처럼 끌어안고
다시 또 밀물처럼 끌어안는 엄마의 잠 속
아침이면 햇님 떠올라 붉은 양수로 가득 감쌀 내 몸
한밤 내 어루만지는 엄마와 엄마와 엄마들의 물결
그 위에 내 푹신한 베개를 걸쳐놓고 드러누우면
시집『한 잔의 붉은 거울』문지 2004
- 1955년 경북 울진 출생. 건국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79년『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또 다른 별에서><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어느 별의 지옥>
<우리들의 陰畵><나의 우피니샤드, 서울><불쌍한 사랑 기계>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한 잔의 붉은 거울><당신의 첫> 등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서울예대 문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