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젖은 무늬들 / 조용미

폴래폴래 2010. 8. 15. 11:54

 

 

  사진:김영래님

 

 

 

 

  젖은 무늬들

 

                            - 조용미  

 

 

 

 

 당신의 어깨 위에도 내 머리카락에도

 안개는 뭉클뭉클 섞여

 안개 속에서 우리는

 

 허무와 피로를 극복하는 법을 오래도록 생각한다

 

 비와 안개가 출렁이는 우기의 마지막 하루

 노각나무 흰 꽃들

 바닥에 떨어져 뭉개어지고 있다

 

 비에 젖고 발에 밟혀 파묻히는 흰 빛들,

 

 물끄러미 바라보는

 젖은 무늬들

 머리 위에 맺혀 있는 한 방울의 구름

 

 손바닥 안 한 줌의 모래

 당신과 나는 천천히

 안개 속을 걸어 내려온다

 

 보이지 않는 빛들이 당신과 내 몸에 묻어있다

 

 

 

 

 『유심』2010년 7~8월호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2005년 김달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