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입맞춤, 혹은 상처 / 강인한

폴래폴래 2010. 8. 2. 22:54

 

 

 

 

 

 

 

  입맞춤, 혹은 상처

 

                                  - 강인한  

 

 

 

 나는 확신한다

 이 느닷없는 입맞춤이

 나에게 상처가 되리라는 것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는 너를 가만히 끌어 올리고

 한 개의 작은 달걀을 두 손으로 감싸듯이

 플루토에서 온 이 얼굴을 바라본다

 

 스무 살 성처녀, 네 머리칼에선

 희미하게 라일락 향기가 떠돌았고

 더운 내 입술은

 너의 눈 위에 포개졌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다음 날

 새가 날아갔다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집『입술』시학 2009

 

 

 

 

  -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

     <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