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도망자 / 이현승
폴래폴래
2010. 6. 11. 08:04
사진:네이버포토
도망자
- 이현승
나는 사라지는 자
삼투되는 것들의 친구
휘발되는 모든 것들의 아버지.
뜨거운 대지의 날숨과 담배 연기가 뒤섞이듯
우리는 서로 다른 출구에서 나왔지만
같은 입구를 향해 달려갑니다.
상투적이고 반복적인 벽지 무늬처럼
우리는 언제라도 결합될 수 있어요.
그러므로 나는 어두운 저녁의 그림자
당신의 시야 뒤편으로 흐르는 자
나는 태양의 반대자로서
태양을 등지고 잎맥 속으로 스미듯이
모든 비밀의 목격자로서
나는 대지의 날숨에 담배 연기가 뒤섞이듯이.
바보는 천재의 은신처
평범함을 가장해서 우리는 안부를 나눕니다.
이로써 다시금 불만은 사라졌어요.
신문에는 물타기에 대한 의혹이.
나는 유령처럼 활보하는 자
나는 햇빛, 나는 수증기, 나는 물방울.
비로소 당신의 내부에 있습니다.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랜덤하우스 2007
-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고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2002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