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돌과 잠자리 / 김두안

폴래폴래 2010. 5. 30. 12:55

 

 

 

 

 

  돌과 잠자리

 

                             - 김두안  

 

 

 

 잠자리가 돌 위에 앉아 돌을 읽는 동안

 

 나팔꽃 줄기

 나뭇가지 그림자 위에 헛발을 딛습니다

 

 잠자리가 돌의 중심 갸웃갸웃 읽어 가는 동안

 

 사내는 나무 그늘 밑으로 손 그림자 가만히 내밀어

 잠자리 꼬리 잡아 봅니다

 

 떴다 앉았다

 

 잠자리가 비밀스럽게

 얼굴을 가리고 돌의 모서리 다 읽어 가는 동안

 

 마당가 해바라기

 먼 길 바라보다가 까맣게 익은 얼굴 떨굽니다

 

 이제 기다림이

 사내의 한쪽 모서리를 초조하게 읽어 가는 동안

 

 구겨진 돌멩이 다시 몸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시집『달의 아가미』민음사 2009

 

 

 

 

 

  - 1965년 전남 신안 출생.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