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반짝, 빛나는 너의 젖빛 / 김선우

폴래폴래 2010. 5. 29. 08:49

 

 

 

 

 

 

  반짝, 빛나는 너의 젖빛

 

                                    - 김선우  

 

 

 

 그러니까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이 별안간

 젖꼭지처럼 보인 날이다

 하늘을 쳐다보다 입안에 단침이 고인 날이다

 거기에 입술을 대고 싶어

 배꼽 밑이 찌르르해진 날이다

 

 그러니까 오리온이라는 힘센 사나이의 중심

 움푹 팬 상처처럼 고인 허공에서

 유선이 곱게 발달한 젖가슴을 느낀 날이다

 천체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내 시선으로

 살맛 달큰한 비린내가 초유처럼 흘러든 날이다

 

 은하는 깊은 곳으로 찔린 듯 쏟아지고

 지구인 내 취향은 점점 오리무중이 되어가는 것이다

 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너의 별자리들마다

 모조리 양성구유인 소한小寒 날이다

 

 

 

 

  『유심』2010년 5~6월호

 

 

 

 

 

  -1970년 강릉 출생.

   1996년『창작과비평』등단

   시집<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현대문학상 수상. ' 시힘 '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