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대화 / 문태준

폴래폴래 2010. 5. 24. 10:03

 

 

 

사진:(나무와새)님. 

  

 

 

 

 

  대화

 

                   - 문태준  

 

 

 

 

 새는 가는 나뭇가지 위에

 나는 암반 같은 땅바닥 위에

 새와 나 사이

 찬 공기덩어리가 지나가고

 물건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새는 위를 내려 아래로

 나는 아래를 들어 위로

 가끔 바라보고 있다

 새는 울어 쌀알처럼 떨어뜨리고

 나는 말꼬리가 어물어물하고

 요청이 없지만

 아주 처음도 아닌 듯하게

 두 줄을 띄워 가며 하는

 이것도 대화라면

 썩 좋은

 대화

 

 

 

 

 

  『현대시학』2010년 5월호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고대 국문과, 동국대 문예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 등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 발달>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