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복사꽃 매점 / 김명인

폴래폴래 2010. 5. 15. 01:50

 

 

 

 

 

 

  복사꽃 매점

 

                             - 김명인  

 

 

 

 유리문을 반쯤 젖혀놓고 젊은 여자가

 문턱 밖으로 분홍 꽃술들을 내다놓고 있다

 화창한 봄날인데 손님이 없는지

 볼이 바알간 너댓 살 계집아이가 제 엄마

 치맛자락 붙들고

 선반 위의 구름과자 내려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만하경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옛날의 버릇!

 울긋불긋 다홍이 잔뜩 진열된 매점 안으로

 없는 아이가 손을 끌어서 함께 기웃거리는데

 막 걸러놓은 듯 오늘의 꽃술향기

 십리 저쪽 닷새 장은 어느새 파장인지

 장꾼들이 저녁을 둘둘 말아 지고 어둑하게

 매점 앞을 지나간다

 이것저것 잡동사니로 쳐도

 아직은 팔 것 지천인 복사꽃 매점

 

 

 

 

  『현대시』2010년 5월호

 

 

 

 

 

  - 1946년 경북 울진 출생. 고대 국문과 졸업.

     1973년<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동두천><머나먼 곳 스와니><물 건너는 사람><푸른 강아지와 놀다>

     <바닷가의 장례><길의 침묵><바다의 아코디언><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