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그림자 / 배종환
폴래폴래
2010. 5. 10. 13:31
사진:네이버포토
그림자
- 배종환
반죽을 치대며 그늘을 펼친다
벽돌 몇 위로 걸린, 솥에
빠진 멸치는 독을 내 뿜는다.
전생까지 우려 낼 수 있는 곳으로
땀으로 범벅된 동생의 목덜미도 뜯어 넣는다
국물이 덩달아 어머니 긴 사설만 쫓아간다
못마땅한 귀지를 대신 훔쳐도
망나니로 뻗장대는 불손했던 행동은
평상이 그늘을 내려놓을 때 두 무릎이 날아 올랐다
머리에서 날아가는 공이 있고
환호성은 방망이 사이로 얼얼한 손바닥 있다
미처 피하지 못한 내 등짝이 갈라졌다
참는 척 눈에서 독이 서린 광기가
검정 운동화 뒤축을 애써 바라본다
화살처럼 햇살이 묵묵히 비켜가는
순간 그릇까지 떠났다
한동안 안개를 벗기는 꾸겨진 표정이
겁에 질린 속울음을 무성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갈곳이 없는 그림자 평상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 나를 본다
격월간『서정문학』2010년 5~6월호
- 경남 마산 출생. 『문장21』신인작품상 수필 등단.
『 서정문학』 시부문 등단. 한국서정문학 작가회의 회원.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영남지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