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피리 / 전봉건
폴래폴래
2010. 4. 27. 23:52
사진:네이버포토
피리
- 전봉건
대나무
잎사귀가
칼질한다.
해가 지도록 칼질한다
달이 지도록 칼질한다
날마다 낮이 다 하도록 칼질하고
밤마다 밤이 다 새도록 칼질하다가
십년 이십년 백년 칼질하다가
대나무는 죽는다.
그렇다 대나무가 죽은 뒤
이 세상의 가장 마르고 주름진 손 하나가 와서
죽은 대나무의 뼈 단단하고 시퍼런
두뼘만큼을 들고
바람 속을 간다.
그렇다 그 뒤
물빛보다 맑은 피리소리가 땅끝에 선다
곧 바로 선다.
시집『백개의 태양』깊은샘 2008
- 1928년 평남 안주 출생.
1946년 여름, 뱃길로 38선을 넘어 남한으로 왔음.
1950년『원』(1月), 『사월』(3月)서정주 추천,『축도』(5月)김영랑 추천.
1957년 김종삼, 김광림과 3인시집『전쟁과 음악과 희망과』출간.
1959년 한국시인협회상, 1980년 대한민국문학상, 1984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1988년 6월 13일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