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밀가루 반죽 / 한미영

폴래폴래 2010. 4. 16. 23:11

 

 

    사진:네이버포토

 

 

 

 

  밀가루 반죽

 

                         - 한미영 

 

 

 

 냉장실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初面)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 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치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차질어 가겠지마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시집『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문학세계사 2007

 

 

 

 

  -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안동대 국문과, 동국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2003년『시인세계』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