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의 친교 / 김행숙

폴래폴래 2010. 4. 1. 11:52

 

 

  사진:네이버포토

 

 

 

  물의 친교

 

                         - 김행숙 

 

 

 

 물고기는 움직이는 심장처럼

 그러나 매우 조용히 살아가는 것들이야

 물고기가 물고기를 뜯어먹을 때도 고요하지

 

 오늘 아침 너는 피어나기 시작한다

 너는 완전히 힘을 뺐다

 내 안에서 자라는 식물들처럼 알 수 없이

 새로운 삶처럼 끝없이

 너의 머리카락이

 흔들려

 

 나는 너를 거칠게 대하고 싶어

 죽은 체 하는 걸까

 산 체 하는 걸까

 

 나는 그림자와 친해

 내 옆에 나무 한 그루가 있고

 나는 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와 친해

 달빛은 검은 물체를 떨어뜨리지

 햇빛은 잘게 부서지지

 반짝이지

 

 어젯밤 너의 눈빛은 하염없이 머물렀지

 마치 눈먼 자 같은

 그런 눈빛

 그런 목소리로 너는 인생보다 긴 고백을 시작했어

 

 

 

 

  『서정시학』2010년 봄호

 

 

 

 

  - 1999년『현대문학』등단.

    시집<사춘기><이별의 능력>